날개양품점

12,000

재고 있음

설명

책 소개


어린 시절 나의 일과는 엄마의 직장에 앉아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를 들으며 최신 의류 카탈로그를 보는 것이었다. 엄마의 직장은 살림집이 붙어 있는 ‘날개 양품점’이라는 숙녀복 전문점이었다. <중략>

어린 내 눈에 비친 단골 이모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 이야기꾼들이었는데 풍부한 레퍼토리와 입담으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항상 흥미진진했으며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들의 험담으로 시작하다가도 열이면 열 사랑이 묻어 있는 애잔함으로 끝이 났다. 그 덕에 난 컨텍스트안에 숨어있는 정이라는 한국적 은유의 매력을 아죽 일찍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중략>

몇 년 뒤 ‘날개 양품점’이 폐업할 때 즈음엔 그 많던 이모들과 하나둘 연락이 끊기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와 함께 영업이 끝난 늦은 밤마다 이모들의 집에 외상값을 받으러 다녔다. 그때의 나는 오빠 없이 엄마와 단둘이 하던 밤 산책이 좋았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우리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집에 갔을 땐 모른 척 발길을 돌리던 엄마가 근사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이스크림 사준다는 말에 홀랑 따라나서던 철딱서니 어린 딸을 의지하던,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나이가 되었다.

1988년 엄마의 ‘날개양품점’이 2017년 나의 <날개양품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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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크기 115 × 160 mm
작가

출판사

쪽수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