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참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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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책 소개: 나도 참 나다

“너도 너지만 나도 참 나다”

가끔은 내가 거추장스럽고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어이없지만, 결국 나는 나일 수밖에, 너는 너일 수밖에. 초라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불을 백 번 차고 싶을 때마다 쓴 나와 타인과 우리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어이없을 때, 하지만 이런 나를 부정할 수도 없을 때 우리는 “나도 참 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대책 없고 찌질하고 골 때리는 나. 하지만 결국엔 그런 나도 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어쩌겠어요, 이렇게 생겨먹은 걸.


이 책은 저의 스물넷부터 서른셋까지의 기록입니다. 작년 가을, 몸과 마음이 아파서 회사를 쉬게 되었습니다. 무던한 성격이 아니란 것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될 일인가 싶어 심란했습니다. 쉬면서 과거를 곰곰이 곱씹었고,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있게 한 글들을 꺼내봤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혼자 써온 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정도면 제법 잘 살아왔다 싶었습니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이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나름의 깨달음을 그때마다 잘 정리해두었던데, 저는 그걸 번번이 잊었더군요. 3년 전에 “아하!”하고 깨달아놓곤 지금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무적인 건, 어떤 고민들은 이미 분기점을 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남 얘기처럼 느껴지는 글에서 묘하게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더디지만 어떤 지점을 지나왔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저는 러닝머신 위에서 걷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지점을 넘어왔습니다. 문턱에서 허덕이고 있는 당신에게도, 혹은 이미 강을 건너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당신에게도, 저의 ‘웃픈’ 이야기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 모두 싱긋 웃으며, (어휴) ”나도 참 나다”라고 오늘의 나를 토닥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1부. 나도 참 나다
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목표는 ‘초연한 사람’이지만 실상은 모든 일에 일희일비하는, 달고 짜고 시큼한 사건들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격려(라 쓰고 정신승리)합니다.


2부. 이 방이 지나고 나면
제가 살아온 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부산 출신으로, 스물 여섯에 처음 서울에 왔습니다. 그리고 서른 셋이 될 때까지 7번의 이사를 합니다. 친구의 친구 집에 얹혀 살기, 친구의 친구의 지인 집에서 친구와 함께 살기, 고시원에서 살기, 층간소음 심한 집에서 살기 등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3부. 친밀한 타인들
제가 만나고 관찰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제가 다닌 병원 선생님, (사람은 아니지만) 고양이, 구남친(들) 등이 등장합니다.

책 속 밑줄

마음이 헤프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보다 더한 ‘금사빠’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애정 지수가 1점씩 올라간다면 나는 100점씩 ‘실시간 급상승’한다. 상대가 ‘이제 좀 시작해볼까’라고 하면 내 마음속에선 이미 상견례가 끝났다. 친구는 쳇 베이커의 <I fall in love too easily>를 들려주며 “이거 니 주제곡”이라고 말했다.
– 「비관 없는 애정의 습관」 중에서

어찌어찌 겨우 강습이 끝나고 동호회원들의 프리 댄스가 이어졌다. 그 시간에는 누구나 아무하고나 춤을 출 수 있었다. 강습 때만 해도 시큰둥했던 나는 그 프리 댄스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록 페스티벌이나 디제이 파티 같은 곳에는 몇 번 가봤지만 이런 댄스 2 타임은 또 처음이었다. 영화 주인공처럼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홀에 하나 둘 등장하더니, 공작새처럼 활짝 날개를 펼치고 자유롭게 춤췄다. 내가 놀란 건 그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기 있고 행복한 얼굴들을 한꺼번에 본 건 오랜만이었다. 좀 과장하자면 생(生)의 에너지 같은 거였다. 펄떡거리는 몸보다도 그들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뭐야, 나만 방구석에서 암막 커튼 쳐놓고 <왕좌의 게임>이나 보고 있는 건가? 나만 빼고 다들 이렇게 재밌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나?’
–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중에서

선택은 언제나 내 몫으로 남겨져있다. 그 선택들이 쌓여, 어느 시점이 지나면 삶이 내 손을 떠나 자기 자신의 관성대로 달려 나갈지도 모른다. 내가 생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생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순간, 내가 걸어온 발걸음이 내가 사랑하는 세계로 나를 이끌어줄 것이다. 오롯이 우연도, 오롯이 필연도 아닌, 세계의 힘 같은 것.
– 「나의 플럭서스」 중에서

신길과 봉천 집은 모두 6평 남짓한 원룸이었다. 옷장과 책상, 싱글 침대를 빼면 바닥에 앉을 공간조차 제대로 없는 수준이었다. 친구와 나는 싱글 침대에서 함께 자고 오피스텔 1층의 편의점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진정한 우정이 싹트는 시간이었다. 수족관 속 돌고래의 심정을 헤아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좁은 수족관 안의 돌고래는 자기 음파가 벽에 부딪혀 돌아와 종일 소음에 시달린다고 했다. 나는 돌고래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몸이 여기저기 모서리에 자주 부딪히곤 했지만, 초음파 공격을 받지는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막 고시원에서 나와 이 정도면 숨통 트인다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진정한 우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중에서

내가 보낸 말들의 안부를 묻는다. 너무 많이 쓴 것 같긴 하지만 쓸 때만큼은 언제나 진심이 가득했던 연애편지를 생각한다. 떠올리려 애써보지만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최상급 표현으로 누군가의 작은 반짝임을 찬양했을 것이다. 내가 보낸 말들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잊은 말들, 내가 잃은 기억도 어딘가에, 누군가를 위해 살아있을까.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변했지만 몇 개의 문장은 아직 남아 네 서랍에, 내 호주머니 속에 있다. 잊었다고 해서 거짓말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아름다웠던 너와 내가 주고받은 아름다운 문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너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잊은 나의 진심을, 너는 잃은 너에 관한 문장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사람, 조금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는 걸 도와줄 것이다.
– 「말들의 안부」 중에서

회의란 무엇인가. 회의(會議)를 계속하다 보면 회의(懷疑)하게 된다. (중략)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은 <그게 다 외로워서래>라는 노래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얘기를 한 다음 “아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이라는 후렴구를 반복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노래를 부르며 회의 참석자들을 바라본다. “으으 스릉스른 스름들”이라고 승화한다. 회의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 「회의주의자의 회의 일기」 중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실은 나 그런 사람 아닌데”라는 말이 아니라 종국에는 내가 살아낸 삶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한 선택들로, 그 선택들이 만들어낸 궤적으로, 그러니까 한 인생으로 드러난다. 그건 설명하는 게 아니라 증명되는 것에 가깝다. 어떤 순간의 나는 정말로 내가 알던 내가 아니라서, 손 사레를 치며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기도 하다. 내 끈적끈적한 욕심과 질투, 냄새나는 비겁함, 도저히 ‘웃픔’으로도 승화할 수 없는 찌질함 같은 것.
– 「사실은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중에서

#나도참나다 #오민영 #헵타포드

추가 정보

크기 110 × 180 mm
작가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