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홀로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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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계간홀로

‘연애하지 마/연애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비연애’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연애 담론을 비판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독립잡지. 연애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하는 연애지상주의를 규탄하며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공습대작전’이라는 부제로 창간. 2018년 5월까지 총 12호를 발간했다.

어떤 연애는 권장하고 축복하고 강요하지만
어떤 연애는 억압받고 배제 당하고 지워진다
.

<계간홀로>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로 인한 탄압이나 차별 없이 연애할 수 있는 ‘연애할 자유’를 이야기하는 잡지입니다. 잡지에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연애 재현 양상이나 연애 정상성, 결혼 위주의 문화와 제도 등 대한 다양한 필진들의 비판적이고 재미있는 글이 실립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서의 ‘연애’는 기존의 연애 담론-이성애 중심주의, 시스젠더 중심주의, 비장애인중심주의, 한민족중심주의, 유성애중심주의, 모노가미 중심주의 등-을 의미하기에 이때의 자유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 실천과 권리를 의미합니다. 한편 ‘연애할 자유’에서의 ‘연애’는 이러한 지배적 연대 담론을 해체하여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즉 연애하지 않을 자유와 연애할 자유는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책 미리보기

“…세 번째는 부케 받기였다. 한 살 위의 고등학교 선배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부케 받을 사람을 수소문하다가 내 잡지에 대해서 듣고 제안했다. 부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3년 간 혼삿길이 막힌다는 카더라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익히 들어온 바. 나는 최선을 다해 부케를 받았고, 사진기사 아저씨는 단 한 번에 오케이했고, 그렇게…나는 선배의 결혼사진에 영원히 남는 짤방이 되었다. 선배한테는, 결혼 생활에 위기가 올 때마다 앨범을 꺼내서 보라고 의연하게 웃었다. 아 눈가가 살짝 촉촉해지네. 까짓거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온 얼굴의 근육이 부케를 향해 달려가는 내 꼬라지가 대수인가. 나는 당연히 6개월 안에 결혼하지 못했다. 앞으로 2년간은 충실히 잡지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부케를 받은 르포에서 나는 이 부케 던지기의 의식이 결혼이라는 폭탄 혹은 손수건을 돌리는 게임 같다고 썼다. 친구들 간의 커뮤니티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사건, 일단 다음 주자로 지목되면 서둘러 가야지 안 그러면 됫박 쓴다는 엄정한 결혼의 법칙. 결혼하지 않은 이들이 모두 그 행복의 상징을 향해 손을 높이 뻗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전제되어 있는 게임 말이다.” -<르포 3종 세트 회고전>, 짐송


“나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해왔다. 사랑은 여성의 ‘업무’이며, 여성은 그 업무를 통해서 훌륭한 남편을 얻어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자식을 낳고 성장시키며, 남편과 자식을 통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성과와 지위를 인정받는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이건 판타스틱 드림이다. 사회가 내뱉는 ‘구라’다. 하지만 이런 ‘구라’가 정상인 세계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이성적으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걸 쾌락으로 여길 수 있다. 세상이 붙잡아 비틀어버린 목줄기를 따라 꼬여버린 욕구의 에너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분출되는 건, 특히 여성이 소비하는 장르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위의 요소 안에서 나는 자신을 숨길 수 밖에 없었고, 타인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것이 완벽하기를 바랐던 여성의 지위와 욕망을 읽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하는 말은 “너와 너의 욕망은 빻았다”가 아니다. “왜 우리는 그것을 욕망하는가”이다.” -<관계가 꼭 이래야 하나>, 김휘빈


““결혼했어요? 아니라고? 그럼 부모랑 같이 살아요? 아니라고? 그럼 혼자 살아요? 아니라고? 그러면 부모랑 같이 살아요?”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형태의 삶의 방식이 등장할 때까지 계속 물어본다. 나의 대답이 필요하기는 할까? “혹시 두 분 어떤 사이이신지……” 이런 경우 상대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가시화 되지 않은 성적 지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며 나와 동거인이 같이 살아가는 것에 특별히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집주인이고 동거인은 세입자라고 답해주었다. 임대차보증금을 나누어 부담하다가 결국 내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였고, 여태까지 경제공동체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답을 들으면 상대가 조금 안심하며 웃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답한 적은 없을텐데도.” -<인식 밖의 삶, 도구적 존재>, 율도


“그들에게 집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 길에서 성희롱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은 사회나 경찰이 아니라 독일 남자친구가 해주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독일인 남자랑 같이 살아도, 심지어 독일 남자만 사는 집에도 도둑은 들었다. 독일 남자친구가 하루 종일 집안에 있지 않는 한 도둑은 들었을 것이다. 그저 쉽게 원인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독일에서 독일 남자친구는 경찰, 보호자, 선생님 등등 사회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안전망이자 가이드로 통용되었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독일 남자친구에게 말해서 그가 대신해 주길 바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봐서 배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는 순종적이고 착하며 어리숙한 아시아 여성이고 상대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왕자님이 된다. 자국민 여성에게는 평범한 남자들 중 한 명이 그들이 외국인 여성 앞에선 선생님, 경찰이 된다. 슈퍼맨의 기분을 단지 그 나라에서 태어나 그 나라 언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유난히 세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왕자님이 된 듯한 기분을 외국인 여성을 통해 느끼려는 듯했다.” -<독일 도둑과 아시아 여자>, Chloe Hong


“…그러나 밖에 나가면 나는 여전히 어린 여자애 취급을 받았다.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자고 싸도, 치과에 가면 액수가 크니 부모님과 상의하고 다시 오라는 식이었다. 8년째 같은 동네에 있는 내 집은 남들에겐 임시의 자취방이었고, 나의 1인 가정은 결국 보호자의 부재를 뜻했다.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은 그 순간. “너도 이제 어른이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남편의 교회 친구까지 들어와서는 남편에게 “너 그럼 이제 청년부 아니네?”하고 간다. 듣자하니, 교회 내에서 20대 이상 성인들이 모인 곳이 청년부인데, 결혼을 하면 청년부를 ‘졸업’할 수 있단다. 남전도회로 옮겨 간다나. (…중략…) 사회는 이 생애과정을 성숙함과 정상성의 척도로 놓고 그 바깥의 것들을 미성숙하고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한다.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여성이었다면, 동성과 결혼할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으므로, 나는 ‘정상적인 어른’이 될 자격 자체를 박탈당한다. 선택권을 하나만 줘놓고 나머지는 다 비정상, 혹은 사회적 미성년자 취급이니, 답정너도 이런 답정너가 없다. 사회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불완전하다고 낙인찍고는 보다 완전한 존재가 되라고 채찍질하며 이들의 현재를 존속시킬 방법을 강구하지 않음으로써 엄연한 존재마저 지워버린다.” -<사람들이 나보고 어른이래>, 지수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관련 기사를 보러갔다. 그리고 절망했다. 원작에는 없는 젊은 남성 배역이 추가되어 있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불현듯 로맨스 코드가 망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강물에 띄워보낸 나의 명작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성장 서사에는 꼭 연애가 있어야 할까? 계간홀로 지난 호에는, <나루토>와 <블리치>를 예로 들며 소년만화의 성장은 언제나 연애 결혼 출산을 통해 ‘아버지’가 되면서 마무리된다고 썼다. 성장물에는 높은 확률로 연애, 그것도 이성애 연애가 끼어든다. 청소년들의 연애를 탄압하는 현실이 뻘쭘해지는 순간 아닌가요? 좀 더 절망편으로 가보자.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순하고 순수한 줄 알았던 짝사랑의 대상 혹은 모두의 선망을 받는 퀸카에게 절망하고 ‘x년’이라고 울분을 내뱉거나 ‘타락한(ㅋ)’ 그녀를 만나 자신의 빈곤했던 청춘을 보상 받는 듯한 단계가 필수적이다. <친구>, <건축학개론>.” -<다 된 서사에 로맨스 좀 끼얹지 마라>, 짐송


“운동을 하려고 모였든 그림을 그리려 모였든, 모임 시간보다 더 긴 뒤풀이가 이어지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만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피해가기 힘들었다. ‘만나는 사람 없어요.’ 라고 대답하면 뭘 한 것도 없는데 나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졌고, ‘만나는 사람 있어요.’ 라고 하면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때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해야 깍두기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이 없다=연애 상대를 찾고 있다’도 아닐 텐데, 만나는 사람이 없고 연애할 마음이 없다는 말을 하면 그때부터는 왜 연애할 마음이 없는지 질문이 쏟아졌다.(…) 그나마 홀로일 때는 나갈 수 있는 곳이 많지만, 짝꿍이 생기면 참여가 가능한 모임 자체가 확 줄어들었다. 많은 친목 모임이 ‘커플분들은 죄송해요^^’ 라며 짝꿍 있는 사람의 참여를 막는다. 짝꿍이 있는 사람들은 커플끼리 모이자며 커플 번개를 연다. 대체 새로운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한 모임에 왜 짝꿍과 함께 나가야 하는지. 이런 모임에선 어색해서 서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타이밍에 짝꿍과 둘이 대화를 하게 되거나, 대화의 주제도 연애 위주로 흘러가게 된다.” -<연애시대에 친구 찾기>, 오픈퀴어

“-나도 차라리 무성애자였으면 좋겠어.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게 너무 힘들어. 연애, 대관절 무엇이기에 타인의 지향성을 부러워하는가? 연애를 지양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사람의 말이었다. 그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SNS에 무성애를 검색하면 비슷한 내용을 자주 접한다. 외로움을 너무 많이 타서 아무도 안 만나자니 정신적으로 힘들고, 차라리 정치적인 레즈비언으로 살면 편할 것 같은데 너무 헤테로라서 예쁘고 멋진 여자를 상대로 두고 상상해도 느낌이 오지 않고, 차라리 무성애자가 되는 게 어떨까 고민하는 사람들. 요새는 아무 성별에도 감정이 생기지 않아서 무성애자가 된 것 같은데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종종 보인다. 마치 페이스트리 파이처럼 얄팍한 편견과 혐오를 겹겹이 쌓은 발화다.” -<네 이웃의 지향성을 탐내지 말지어다>, 일랑일랑


“오늘도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한다. 내 더러운 관계와 불결한 사상을 바꿔 달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그들의 기도는 이뤄졌다. 지난 2월, 나는 7년간 몸담은 학교에서 무기정학을 당했다. 졸업을 일 년도 안 남긴 시점이었다. 이유와 과정은 무척 복잡하고 지난하지만, 간단하게 줄이면 이렇다.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에서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고, 비독점 다자연애 폴리아모리 관계를 맺는다는 이유로 나는 징계를 받았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네>, 지민


“이직, 전업으로 해당 회사에 새로 면접을 보러 가게 되면 이력서에 명시된 경력, 업무 배경보다 ‘결혼과 출산’ 유무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30대에는 ”결혼했어요?”라는 질문이 40대에 접어들자 ”아이는 몇 명이예요? 애들은 다 컸겠네요.“로 바뀌었을 뿐이다. ‘애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하면 ”아직 (설마!) 결혼 안 하신 거예요?”라며 놀란 토끼 눈으로 다시 묻고 ”이거 실례했군요. 결혼도 안 한 분에게 애 있냐고 했으니…….“라며 괜히 미안한 척한다. ‘업무와 무관한 결혼, 자녀 질문을 한 자체가 이미 실례지요’라는 말과 ‘나는 면접을 보는 당신의 결혼이나 자녀 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데 당신(들)은 그게 왜 궁금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속으로만. 먹고 살기 위해 목 밑에서 기어 나오는 말을 꾹 참았고 참는 내가 싫었다.” -<나는 당신들의 결혼이 궁금하지 않다>, 허허

프로젝트 책임자 | 이진송

계간홀로를 만드는 발행인 ‘짐송'(이진송)은 여자가 25년간 연애를 하지 않으면 학이 된다는 도시 전설에 항거(?)하여 26세가 되던 해 <계간홀로>를 창간했습니다. 5년 동안 총 12권의 계간홀로와 <연애하지 않을 자유>, <미운 청년 새끼>(공저),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를 출판했어요. 연애 관련 이슈마다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거립니다.

주의사항 ATTENTION!

계간홀로는 컴맹인 발행인이 한글2010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만듦새가 매우 엉성하고, 대부분의 지면이 흑백이며, 텍스트 위주의 잡지입니다. 이미지가 깨지거나 오탈자도 있어요. 기존의 출판물, 독립잡지의 이미지나 디자인 퀄리티를 상상하시면 받았을 때 실망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언제나 내용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멋진 필진들이 이번에도 좋은 글들을 보내주셨거든요. 출판물은 각기 목적이나 지향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계간홀로는 한정된 능력과 자원을 내용에 몰빵, 디자인을 포기한 잡지입니다. 구매 전에 이 점을 고려해주세요!

#연애하지않을자유 #연애하지 않을 자유 #비연애인구전용잡지 #비연애

추가 정보

크기 148 × 210 mm
출판사

쪽수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