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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홀로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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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계간홀로

‘연애하지 마/연애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비연애’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연애 담론을 비판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독립잡지. 연애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구성하는 연애지상주의를 규탄하며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공습대작전’이라는 부제로 창간.

어떤 연애는 권장하고 축복하고 강요하지만
어떤 연애는 억압받고 배제 당하고 지워진다.

<계간홀로>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로 인한 탄압이나 차별 없이 연애할 수 있는 ‘연애할 자유’를 이야기하는 잡지입니다. 잡지에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연애 재현 양상이나 연애 정상성, 결혼 위주의 문화와 제도 등 대한 다양한 필진들의 비판적이고 재미있는 글이 실립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서의 ‘연애’는 기존의 연애 담론-이성애 중심주의, 시스젠더 중심주의, 비장애인중심주의, 한민족중심주의, 유성애중심주의, 모노가미 중심주의 등-을 의미하기에 이때의 자유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 실천과 권리를 의미합니다. 한편 ‘연애할 자유’에서의 ‘연애’는 이러한 지배적 연대 담론을 해체하여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즉 연애하지 않을 자유와 연애할 자유는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책 미리보기

“여자가 너무 좋아하는 티 내고 그러면 싸보여. 우리끼리 막 그러거든, 야 지금 전화해봐 니가 부르면 나오나 보자.” 한낮의 홍대, 테이블끼리 인접한 카페였다. 마주보고 작업을 하던 나와 내 친구는 그 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들어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어폰 사이를 뚫고 들어온 그 소리에 우리의 얼굴은 데칼코마니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내 뒤편에 앉은 남자는 말을 이었다. “그랬는데 나오면, 우와, 진짜 나오냐? 그러지. 좀 우스워보이고.”


맞은편에는 그와 썸타는 듯한 여자가 앉아 있었고, 대화의 요지는 그거였다. ‘호감을 느껴도 싸보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심지어 그 말은 나름대로 눈 앞의 대상을 고려하여 순화한 표현일 것이다. 이성애 각본에서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좋아하는 여자는 걸레거나 호구, 고작 사랑 따위에나 목 매는 하위주체로 멸시 당한다. 이러한 여성혐오에 우리는 아주 익숙하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는 인내의 아이콘이자 순정파, 사랑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로맨스의 전개는 순정파 남자가 꾸준히 구애하고 ‘마침내’ 여자가 마음을 ‘열거나’ ‘받아주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아내나 여자친구를 아끼고 존중하는 남자는 미담으로 소비되고 추앙 받는다. 그들은 마음껏 사랑한다. 걸레라는 비난, 좋아하는 대상이 자신의 애정을 테스트하려고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불러낼 위험, ‘싸보인다’고 비난하거나 ‘어디까지 들어주나 보자’하고 자신의 애정을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차고 놀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다시 말하자. 그들은 마음대로 사랑한다. 자신의 어떤 행동도, 사랑이라는 라벨만 붙이면 세상이 적극적으로 편들어주니까. 드라마에서는 헤어진 남자가 외국까지 따라와 여자 앞에 나타나고, 가요에서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문 열어봐’라며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애절한 순정으로 포장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나무가 아닌 사람을 쓰러뜨리려는 스토커의 폭력은 경찰이나 언론의 “아가씨가 좋아서 그래”, “비뚤어진 사랑” 같은 ‘이해’를 받는다. 사랑의 대상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든, 그 거부권보다 자신의 순정과 사랑할 권력이 더 우선이다.


마음껏 사랑할 권력은 이성애 각본에서 오로지 남자에게만 주어진다. 전통적으로 로맨스는 여성의 욕망이자 영역으로 여겨졌다. 여자에게 최고의 가치와 진실된 행복은 결국 ‘사랑 받는’ 삶이라고 주입하고,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가꾸고 다듬으라고 흔육했다. 공적인 지위를 획득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여성들이 사랑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려고 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은 부지런히 로맨스를 멸시한다. 여성의 전유물로 사랑과 연애를 배치하고, 그것을 보다 ‘덜’ 중요한 것, 하위주체들이나 몰두하는 것으로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시도는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디어나 콘텐츠에서 여성 캐릭터들에게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외모(다이어트), 연애(남자), 결혼.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여자가 사랑을 1순위로 여기면 ‘골빈 년’이 되기 일쑤다.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져 자신의 지위나 재산을 모두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남자 주인공 뿐이다. 이를 통해 그 남자의 순정은 더욱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 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일단 뭔가를 포기할 만한 것을 가지지 못한 채로 등장하지만(보통 불행과 빈곤의 요소가 몰빵되어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에 뛰어들면 호구나 어리석은 여자라는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는 사랑 때문에, 결혼 때문에 자신이 가진 경력과 능력을 모두 포기하게 되는 성별은 여성임에도. 여성이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극적인 설정이 될 수 없다. 모든 것을 내던지는 여자는, 남성에게 종속적이고 비굴해보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덜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게다가 현실로 오면, 그 여자의 순정이 성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착취 당할 위험이 너무 크다. 내가 카페에서 들었던 그 대사처럼.

프로젝트 책임자 | 이진송

계간홀로를 만드는 발행인 ‘짐송'(이진송)은 여자가 25년간 연애를 하지 않으면 학이 된다는 도시 전설에 항거(?)하여 26세가 되던 해 <계간홀로>를 창간했습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 <미운 청년 새끼>(공저),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를 출판했어요. 연애 관련 이슈마다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거립니다.

주의사항 ATTENTION!

계간홀로는 컴맹인 발행인이 한글2010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만듦새가 매우 엉성하고, 대부분의 지면이 흑백이며, 텍스트 위주의 잡지입니다. 이미지가 깨지거나 오탈자도 있어요. 기존의 출판물, 독립잡지의 이미지나 디자인 퀄리티를 상상하시면 받았을 때 실망하실 수 있어요. 그러나 저는 언제나 내용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멋진 필진들이 이번에도 좋은 글들을 보내주셨거든요. 출판물은 각기 목적이나 지향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계간홀로는 한정된 능력과 자원을 내용에 몰빵, 디자인을 포기한 잡지입니다. 구매 전에 이 점을 고려해주세요!

#연애하지않을자유 #연애하지 않을 자유 #비연애인구전용잡지 #비연애 #5주년

추가 정보

크기 148 × 210 mm
출판사

쪽수

132